요르단에서 생활하다 보면 정말 자주 듣게 되는 아랍어 표현이 있습니다.
معلش
마알레쉬(maʿlesh)
택시를 타다가도 들을 수 있고, 가게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친구와 이야기할 때도, 직장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단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려고 하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미안해요.”
“어쩔 수 없죠.”
“됐어요.”
상황에 따라 이런 여러 가지 의미로 번역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르단에서 معل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사전적인 뜻 하나를 외우기보다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 이 말을 사용하는지를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1. 마알레쉬는 어떻게 발음할까?
아랍어로는
معلش
라고 씁니다.
요르단 일상 대화에서는 대략
마알레쉬
처럼 들립니다.
중간에 있는 아랍어 문자 ع 때문에 정확한 아랍어 발음은 한국어로 완벽하게 옮기기 어렵습니다.
처음 배우는 사람이라면 ‘마알레쉬’ 정도로 기억해도 충분합니다.
실제 요르단 사람들의 대화를 많이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현지 발음에 익숙해집니다.
2. 누군가 실수했을 때 “괜찮아요”
가장 이해하기 쉬운 상황부터 생각해 보겠습니다.
친구가 실수로 내 물건을 떨어뜨렸습니다.
친구가 말합니다.
“미안해요!”
이때
معلش
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한국어로는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정도의 의미가 됩니다.
누군가 나에게 작은 실수를 했지만 크게 문제 삼고 싶지 않을 때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영어의 It’s okay, No problem과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3. 약속에 늦은 사람에게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친구와 오후 3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친구가 조금 늦게 왔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친구가 말합니다.
آسف عالتأخير
아세프 앗타으키르
“늦어서 미안해요.”
이때
معلش
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괜찮아요.”
라는 뜻입니다.
물론 5분 정도 늦은 것과 중요한 약속에 한 시간 늦은 것은 상황이 다릅니다.
معلش라고 말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를 무조건 괜찮다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작은 실수나 불편을 크게 문제 삼지 않겠다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표현입니다.
4. 내가 미안할 때도 마알레쉬?
여기서부터 조금 재미있어집니다.
معلش는 상대방이 사과했을 때 “괜찮아요”라고 대답하는 데만 사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 내가 상대방에게 미안함이나 양해를 표현하면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좁은 곳을 지나가야 하는데 다른 사람이 길을 막고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잠깐 비켜달라는 의미로
معلش
라고 말을 꺼낼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한국어의
“죄송하지만…”
“잠깐만요.”
와 비슷한 느낌이 될 수 있습니다.
즉 같은 단어가 어떤 상황에서는
“괜찮아요.”
가 되고, 다른 상황에서는
“죄송하지만…”
처럼 사용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상당히 헷갈립니다.
5. 부탁하기 전에 사용하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 조금 번거로운 부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때 말의 앞부분에 معلش를 넣으면 부탁을 조금 부드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معلش، ممكن تساعدني؟
마알레쉬, 뭄킨 트사으드니?
“미안하지만, 저 좀 도와줄 수 있어요?”
정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ممكن은 ‘가능한가요?’, تساعدني는 ‘나를 도와주다’라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이 상황의 마알레쉬를 단순히 “괜찮아요”라고 번역하면 문장이 이상해집니다.
상황에 맞게
“미안하지만”
“실례지만”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6.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 “어쩔 수 없죠”
마알레쉬가 재미있는 이유는 위로하는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말합니다.
“오늘 가려고 했던 가게가 문을 닫았어요.”
이때
معلش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는
“괜찮아요.”
보다는
“어쩔 수 없죠.”
“뭐, 그럴 수도 있죠.”
라는 느낌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예상했던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지만 크게 문제 삼지 않고 받아들이자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요르단 생활에서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을 때 معلش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7. 누군가를 위로할 때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친구가 시험을 잘 못 봤습니다.
“시험 점수가 생각보다 안 좋게 나왔어요.”
이때 상대방이
معلش
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괜찮아.”
“너무 속상해하지 마.”
정도의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뒤에 다른 말을 붙일 수도 있습니다.
معلش، المرة الجاي أحسن
마알레쉬, 일마라 일자이 아흐산
“괜찮아. 다음번에는 더 잘될 거야.”
정도의 의미입니다.
이렇게 보면 معلش는 단순한 단어라기보다 상대방의 감정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표현에 가깝기도 합니다.
8. “마알레쉬”가 오히려 기분 나쁠 때도 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마알레쉬가 항상 좋은 표현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큰 실수를 했습니다.
상대방에게 상당한 피해가 생겼는데 실수한 사람이 설명이나 사과 없이
معلش!
라고만 말한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피해를 입은 사람은
“뭐가 괜찮다는 거지?”
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큰 잘못을 해놓고 상대방에게
“에이, 괜찮잖아요.”
라고 말한다면 오히려 무례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معلش도 말하는 사람과 상황, 억양에 따라 느낌이 달라집니다.
9. 업무에서 마알레쉬를 들었다면?
요르단에서 일하다 보면 업무상 문제가 생겼을 때도 이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서류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마알레쉬.”
“오늘 담당자가 없습니다.”
“마알레쉬.”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외국인은 معلش를
“어쩔 수 없다.”
“그냥 넘어가자.”
라는 부정적인 표현으로 생각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단어 자체와 업무 처리의 문제를 구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업무상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면 마알레쉬라고 들었다고 해서 그냥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구체적으로 다시 물어보면 됩니다.
“그럼 언제 준비됩니까?”
“제가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합니까?”
“누구에게 확인하면 됩니까?”
문화적인 표현은 이해하되 필요한 일은 명확하게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0. 마알레쉬와 아세프는 어떻게 다를까?
아랍어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이런 질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럼 آسف(아세프)와 معلش(마알레쉬)는 어떻게 다를까?”
آسف
아세프
는 기본적으로
“미안합니다.”
라는 사과의 의미가 분명합니다.
반면 معلش는 훨씬 넓은 상황에서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내가 잘못했다
→ آسف
“미안합니다.”
상대방이 사과한다
→ معلش
“괜찮아요.”
부탁을 시작한다
→ معلش…
“미안하지만…”
일이 잘 안 됐다
→ معلش
“어쩔 수 없죠.”
상대방을 위로한다
→ معلش
“괜찮아.”
이렇게 비교하면 차이를 이해하기 쉽습니다.
11. 한국어의 “괜찮아”와 닮았습니다
사실 한국어에도 비슷한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괜찮아.”
입니다.
친구가 미안하다고 합니다.
“괜찮아.”
친구가 시험을 못 봤습니다.
“괜찮아. 다음에 잘하면 되지.”
누군가 무엇을 권합니다.
“아니요, 괜찮아요.”
같은 단어인데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아랍어의 معلش를 이해할 때 한국어의 ‘괜찮아’를 생각하면 도움이 됩니다.
다만 두 표현의 사용 범위가 완전히 똑같다는 뜻은 아닙니다.
언어마다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12. 마알레쉬를 이해하려면 표정과 억양도 들어야 합니다
요르단 방언을 배우면서 중요한 것은 단어만 외우지 않는 것입니다.
같은 معلش라도 밝게 웃으면서 말하는 것과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하는 것은 전혀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따뜻한 목소리의
معلش
는
“괜찮아요.”
라는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상황에 따라 짧고 무심한
معلش
는
“어쩔 수 없잖아요.”
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 대화를 많이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13. 마알레쉬를 가장 쉽게 기억하는 방법
처음 배우는 사람이라면 여러 의미를 한꺼번에 외우기 어렵습니다.
다음 네 가지 상황만 기억해도 충분합니다.
상대방이 실수했다
→ معلش
→ “괜찮아요.”
내가 부탁한다
→ معلش
→ “미안하지만…”
일이 계획대로 안 됐다
→ معلش
→ “어쩔 수 없죠.”
상대방이 속상해한다
→ معلش
→ “괜찮아.”
결국 공통된 느낌을 찾는다면
“큰 문제로 만들지 말자.”
“너무 걱정하지 말자.”
정도의 분위기가 여러 상황에 들어 있다고 이해하면 비교적 쉽습니다.
한 단어를 번역하지 말고 상황을 이해하세요
처음 외국어를 배우면 모든 단어에 한국어 뜻 하나를 붙이고 싶어집니다.
معلش = 괜찮아요
라고 외우는 식입니다.
하지만 실제 언어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요르단 사람이
معلش
라고 말했을 때는 먼저 상황을 보아야 합니다.
누가 실수했는지,
누가 부탁하고 있는지,
무슨 일이 잘못되었는지,
상대방을 위로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뜻이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어떤 때는
“괜찮아요.”
어떤 때는
“미안하지만…”
또 어떤 때는
“어쩔 수 없죠.”
가 됩니다.
이런 표현을 하나씩 이해하기 시작하면 요르단 방언은 단순히 단어를 번역하는 언어에서 사람들의 마음과 상황을 읽는 언어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다음에 요르단에서 누군가
معلش!
라고 말한다면 바로 ‘괜찮아요’라고 번역하지 말고 잠깐 상황을 살펴보세요.
그 한마디 안에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죠.”
중 어떤 의미가 들어 있는지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것이 요르단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아랍어를 배우는 재미 중 하나입니다.